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3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한모 씨는 이 같은 재판부의 질문에 “후자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2013년 공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해 온 한 씨는 올 1월에도 이 재판의 첫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당시 유 전 직무대리가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등 기존 민간사업자들을 위해 사업 방식을 수용이 아닌 환지로 정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수용 방식은 사업 시행자가 보상금을 주고 원주민의 땅을 사와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고, 환지 방식은 개발을 진행한 뒤 원주민에게 땅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2014년 5월 성남시가 공고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구역지정 고시’ 문건. 사업 시행 방식이 “수용 또는 사용방식, 환지방식, 혼용방식 중 사업시행자 지정시 결정”으로 기재돼 있다)
검찰이 문제로 삼는 건 2014년 5월 성남시가 대장동·제1공단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고시하면서 사업 방식을 “사업자 지정시 추후 결정”으로 공고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성남시는 이미 내부적으로 수용 방식을 전제로 해서 제1공단과 대장동의 결합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유 전 직무대리가 정 회계사의 사업제안서를 검토해 보라고 한 이후 급하게 ‘추후 결정’으로 바뀌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유 전 직무대리가 민간사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기 때문에 이런 공고가 나왔다는 것이다.
한 씨는 정 회계사를 만난 이후인 2013년 12월~2014년 1월경 수용 방식과 환지 방식이 갖는 각각의 장단점을 검토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당시 한 씨는 수용 방식이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환지 방식을 택할 경우 제1공단 공원화가 어렵다고 생각해 정 회계사의 제안서 내용도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한 씨가 실제로 작성한 보고서 내용은 오히려 수용 방식의 단점과 환지 방식의 장점을 부각하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도 직접 이에 대해 “보고서를 보면 내용은 보기에 따라서는 환지 방식이 더 타당하다는 결론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보고서 작성은 2014년 1월 무렵에 사업 시행 방식을 결정하지 않거나 추후 검토를 통해 수용 방식을 (환지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게 하는 논거를 만드는 차원이었냐”고 했다.
한 씨는 이러한 보고서들이 상급자 지시에 따라 환지 방식이 낫다는 결론을 상정해 놓고서 작성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한 씨는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지시에 의해서 검토를 했기에 지시에 맞는 검토 결과를 낸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한 씨는 만약 환지 방식으로도 1공단 공원 조성을 할 수만 있다면 사업 방식이 뭐가 되느냐 자체는 크게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환지 방식으로 하면 막대한 주민 피해 예상”]
지난 24일 열린 39차 공판에는 한 건설엔지니어링업체 전무이사 배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업체는 성남시와 계약을 맺고 대장동 개발사업 지구지정과 개발계획 수립, 설계 등의 용역을 수행한 곳이다.
당연히 사업 시행 방식을 환지로 할지 수용으로 할지도 이 업체의 검토 대상이었다.
이날 배 씨는 “저희는 당연히 처음부터 수용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걸로) 알았다”고 증언했다.
배 씨는 “환지 방식으로 한다면 대장동 주민들이 1공단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아서 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환지로 한다고 하면 주민 피해가 막대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1공단에는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환지 방식을 택하면 1공단 주민들과 대장동 주민들이 대장동 땅을 서로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이어 검찰은 배 씨에게 2014년 5월 성남시 공고처럼 “사업 시행 방식을 정하지 않고 ‘추후 결정’으로 (공고하는 건) 보편적이지 않으냐”고 물었다.
결과적으로 실제 대장동 개발사업은 환지가 아닌 수용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일 열린다.
이동희 기자 news1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