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0일 신현성 등 1심 첫 재판...‘투자계약증권’ 해석 놓고 치열한 다툼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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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지난 3월 3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지난해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테라·루나 폭락 사건’ 관련자의 첫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의 1심 첫 재판이 오는 7월 10일 열린다.
당초 공판기일이 5월 26일로 잡혀 있었으나, 주심 판사가 과거 모 일간지 기자로 일하며 신 전 대표를 인터뷰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재판부 변경과 함께 날짜도 미뤄졌다.
이번 재판에서 양측은 루나 코인의 증권성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 전 대표와 검찰은 각각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증권성에 관한 의견서를 작성,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형법상 사기·배임·횡령 혐의만으로도 충분히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까지 인정될 경우 범죄 구성 요건을 쉽게 충족시킬 수 있어 검찰 측에 더욱 유리해진다.
현행법상 코인이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점이 입증돼야만 자본시장법 적용이 가능하다.
검찰 측에 의견을 준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사실 루나와 테라 모두 증권으로 보는 게 타당하지만, 검찰에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루나만 갖고 입증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테라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코인)이라면, 루나는 테라의 가치 유지를 위해 발행량을 조절하고 유통되는 코인이다.
조선비즈는 루나의 증권성을 바라보는 신 전 대표 측과 검찰 측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상세히 비교해봤다.
승.패는 투자계약증권의 정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신현성 측 “공동 사업도 아니고, 루나 보유자에 손익 귀속되는 계약상 권리도 없어”
미국은 우리보다 앞서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을 확립했다.
이른바 ‘하위 테스트(Howey test)’로 불리는 원칙이다.
1946년 플로리다에서 오렌지 농장을 운영하던 업체 ‘W. J. 하위’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정 공방을 벌였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하위는 농장 땅 절반을 직접 경작해 오렌지를 생산해서 팔고, 나머지 땅 절반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분양했다.
이때 하위는 농작물 작황에 따라 땅 투자 수익금을 더 주겠다는 계약을 개인들과 맺었는데, 이 계약에 대해 SEC는 “투자에 따른 수익을 보장한 만큼 증권 투자 계약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은 하위를 고발했다.
미국 대법원은 농장 수확물이 분양된 농장의 수익과 연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투자계약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미 하위테스트에서 정의하는 투자계약증권(investment contract)은 ▲금전의 투자(invest of money)가 ▲공동 사업(in a common enterprise)에 대해 이뤄지고 ▲투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그 이익은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한 것(from the efforts of others)이어야 한다. 미국에선 코인이 위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면 증권법을 적용 받게 된다.
미 하위테스트에서 정의하는 투자계약증권(investment contract)은 ▲금전의 투자(invest of money)가 ▲공동 사업(in a common enterprise)에 대해 이뤄지고 ▲투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그 이익은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한 것(from the efforts of others)이어야 한다. 미국에선 코인이 위 네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면 증권법을 적용 받게 된다.
우리 자본시장법에서 정의하는 투자계약증권도 이와 비슷하다. 자본시장법 제4조6항은 투자계약증권을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다른 투자자를 포함한다) 간의 공동 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 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 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이라고 규정한다.
신 전 대표 측은 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포함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건식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등이 기소 전 의견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신 전 대표 측은 루나 코인을 ‘공동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 전 대표 측 변호인은 “루나는 발행 법인(테라폼랩스)과 코인 보유자 사이의 공동 사업성, 그리고 코인 보유자들 사이의 공동 사업성 모두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 사업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루나 코인은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 사업이라는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신 전 대표 측 입장이다.
루나는 탈중앙화(거래를 통제하는 중앙 금융 시스템 없이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주도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된 상태에서 다수 참여자의 활동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투자자가 타인이 수행하는 사업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신 전 대표 측은 루나 코인에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 권리’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코인 보유자가 발행 법인인 테라폼랩스에 대해 어떤 계약상 권리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신 전 대표 측 변호인은 “미국 SEC는 ‘이익에 대한 기대’로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 때문에 루나가 증권법상 ‘Investment Contract’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 되려면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 권리’가 있어야만 한다”며 “설령 미 법원이 SEC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까지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테라 프로젝트가 공동 사업…수수료 등 손익 귀속”
반면 검찰 측은 루나가 투자계약증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루나 코인은 테라폼랩스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게 검찰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4월 25일 신 전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루나를 투자계약증권으로 본 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검찰은 먼저 루나 코인 투자자가 ‘공동 사업’에 투자한 게 맞다고 보는 입장이다.
테라폼랩스는 블록체인 이용 수수료와 테라 코인 발행 주조차익(화폐 발생으로 얻는 차익)을 추구했다.
그리고 이 사업 성과는 루나 코인에 분배돼 그 가치에 반영됐다.
즉, 루나 코인은 테라 프로젝트의 손익을 귀속 받는 권리라 화체(내재)된 증권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블록체인 수요가 늘면 루나 코인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을 테라폼랩스가 적극 홍보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 사업이라는 조건도 부합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즉,
루나 코인 투자자가 공동 사업(테라 프로젝트)에 투자했으며, 주로 타인(테라폼랩스)이 수행한 공동 사업(테라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의 결과(수수료 및 주조차익)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은 계약 상 권리가 루나 코인에 표시됐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가상자산은 가장 본질적인 투자 이유가 원본의 가치 상승이고 소지인이 이를 처분해 차익을 누릴 권리를 갖는 것이므로, 무기명 증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루나 증권성 인정되면 위믹스 등 다른 코인들도 영향
루나 코인의 증권성 인정 여부에 법조계는 물론 증권·IT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번 판결이 다른 가상자산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위믹스’ 코인 투자 사건에도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위메이드에서 만든 위믹스 코인을 대량 보유했다가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 시행 직전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코인 가치가 한때 60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믹스 코인이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 되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우리 법원이 루나의 증권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은 검찰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검찰이 신 전 대표의 재산 몰수보전을 청구하자, 당시 서울남부지법은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루나 코인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종대 기자 kmc83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