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재판 판결 전(사진 위)과 재판 후(사진 아래)의 이재명 대표 모습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항소심과 상고심이 남았지만, 피선거권 박탈을 피할 수 있는 벌금 100만원 미만과 비교할 때 1심 형량의 차이가 작지 않아서다.
민주당은 당장 이 대표를 중심으로 대여 공세수위를 높여나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권교체를 위해 대안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지난 15일 이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이 상실될 뿐 아니라 그로부터 5년간, 징역형 확정시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해 대선 등 공직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원칙적으로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상고심은 원심 판결 후 3개월 이내에 마쳐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평론가는 이날 "비교적 다툼이 복잡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선거법 위반 의혹 재판에서 징역형이 나왔다는 것은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이나 다른 재판들 선고도 이 대표 입장에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며 "비명계 의원들에겐 희망을 준 선고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것을 예상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피선거권을 지킬 수 있는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날 판결로 민주당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 이 대표의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예상을 뒤엎는 판결이 나오자 당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주축이 돼 창당한 새미래민주당(옛 새로운미래)는 논평을 통해 이 대표를 압박했다.
김연욱 새미래민주당 선임대변인은 "이 대표 선고 판결은 거짓을 단죄한 정의의 심판으로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과 일치했다"며 "새미래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달리 대표 방탄에만 몰두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일관되게 비판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미래민주당은 앞으로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부터 벗어난 진정한 야권 재편을 이끌어나갈 것"이라며 "2027년 대선에서 반드시 권력을 되찾아 대한민국의 정의와 민생을 바로 세우는 정당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을 잇따라 경기도청에 영입하며 야권 잠룡으로서 존재감을 키워온 김동연 경기지사의 향후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3선 의원을 지냈고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지낸 전해철 전 의원이 경기도정자문위원장에 임명됐고 지난달에는 고영인 전 민주당 의원이 경기도 경제부지사에, 윤준호 전 민주당 의원이 경기도 정무수석에 각각 임명돼 김 지사가 서서히 세 불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지사는 특히 이달 초 또다른 야권 대안으로 평가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독일서 만나고 와 주목받았다.
김 지사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귀국 예정이다.
다만 이날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법부 판단, 매우 유감스럽다"며 "대한민국에 법의 상식과 공정이 남아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이 대표 측을 옹호하는 듯한 반응을 내놨다.
장기적으로는 차기 대권 후보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 수 있어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이 대표의 리더십이 곧바로 약화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들도 나온다.
아직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닌데다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확고하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더 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재선 의원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해 의원들이 더 심도있게 논의해 장외집회든 뭘하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은 16일 예정된 장외집회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친야 성향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서울 광화문에서 3차 장외투쟁,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연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단기적 상황을 지나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금의 현실적 판단일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이 대표도 중요하지만 정권교체도 중요하지 않나. 정권교체를 위해 다른 인물들이 스스로 (대권) 후보로 나서기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민주당이 대안 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news1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