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지난 5월 30일 시작됐지만 거대 의석 수를 앞세운 야당의 ‘힘 자랑’에 여당이 강하게 반발하며 정국이 얼어붙어 ‘87년 체제’ 이후 처음으로 개원식이 아예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 개원 연설은 정기국회 시정연설로 대체하고 이때 개원식의 핵심인 국회의원 선서도 하는 사상 첫 ‘약식 개원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식조차 열지 못하는 형국을 두고 협치 정신을 상실한 ‘야당 독재’의 부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2대 국회는 민주화가 이뤄진 1987년 이후 가장 늦게 개원식을 열었던 21대 국회(7월 16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악의 지각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당초 국회는 지난 5일 개원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하루 전날인 4일 ‘채 상병 특별검사법’ 강행 처리와 이재명 민주당 당 대표 후보 수사검사 4명 탄핵 추진한 것에 국민의힘이 반발해 불참을 선언하면서 보류됐다.
윤 대통령의 개원연설도 자연히 무산됐다.
이후 국회의장실은 15일 개원식을 열기 위해 여야와 협상했으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청문회’ 관련 공방이 오가며 이날도 개원식이 열리지 못했다.
앞으로도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및 방통위 설치·운영법 개정안)’ ‘3대 특검법(채 상병·한동훈·김건희 특검법)’ 등 곳곳에 화약고가 있어 개원식을 개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5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24일 우 의장을 향해 "하루속히 22대 국회 개원식을 열고 정상적인 의사일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히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회의장실은 9월 정기국회 때 약식 개원식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당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 개원식은 ‘개식,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국회의원 선서, 국회의장 개원사, 대통령 연설, 폐식’으로 진행한다.
이동희 기자 news1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