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이 발발 1년을 맞은 가운데, 레바논과 예멘 등으로도 전선이 확대되는 이른바 ‘다중 전선 전쟁(multifront war)’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이란 석유 인프라는 물론 핵 시설 공습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어 글로벌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원유 가격 주간 상승률은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인 수도 베이루트 등 레바논 전역에 대규모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후계자 하솀 사피엣딘은 4일부터 연락이 끊기며 사망설이 대두됐다.
헤즈볼라는 6일 “교전으로 이스라엘군 25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밝혔고, 가자지구에선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선 약 4만2000명, 이스라엘에선 약 1200명이 사망했다.
또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된 레바논에선 약 2000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 전쟁’ 1주년을 앞둔 5일(현지시간)에도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갔다.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인명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하마스와 헤즈볼라 무력화를 위한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은 1일 진행됐던 이란의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핵 시설 타격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중동내 친이란‧반이스라엘 무장단체와 더불어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핵심 안보 리스크로 여겨왔다.
최근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크게 약화시키며 자신감을 얻은 이스라엘이 사실상 ‘레임덕(권력 누수)’ 상태인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등의 반대와 확전 우려에도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美 만류에도 이스라엘에서 힘 얻는 “이란 핵시설 공격” 여론]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4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선 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공격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있다”며 “아마도 관련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도 2일 X에 “지금 당장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 정치인들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이스라엘에서 이란 핵 시설 공격 여론이 최근 힘을 얻는 이유는 친이란 무장단체인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최근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해도 치명적인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
핵 전문가인 그레고리 코블렌츠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헤즈볼라의 방대한 로켓과 미사일은) 이스라엘이 핵 시설을 공격할 것을 대비한 이란의 보험 정책이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최근 몇 주 동안 공격한 것도 헤즈볼라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였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통화에선 고성이 오갔다.
또 이 매체는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무력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가운데 발생했다”며 “미 정부 관계자들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완전히 억제하기보다는 제한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4일 “이란의 핵시설이야 말로 당신(바이든)이 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에 힘을 실어줬다.
이스라엘이 대선을 앞두고 어수선한 미국의 정치권 상황을 이용해 더욱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군 또는 탄도미사일 공격 시나리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은 공군력 또는 미사일을 이용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공군력을 이용해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의 군용기들은 최소 1600㎞의 장거리를 비행해야 한다.
이란의 방공망이 레바논이나 예멘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달 29일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을 공격할 때보다 훨씬 큰 규모의 전투기,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사정거리가 3200㎞와 6400㎞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인 ‘제리코2’와 ‘제리코3’을 보유하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때 공군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핵 시설 타격 때 미사일이 이용될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동희 기자 news128@naver.com